작품해설
이 작품은 하나의 화면 안에 여러 시간과 공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회화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보이는 것 너머에 또 다른 층위가 숨어 있듯, 소리 또한 단일한 흐름을 넘어 여러 감각의 깊이를 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심은 그 깊이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경험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제한된 음향 재료들은 작품 전체를 통해 천천히 순환하고 변형된다. 변화는 드러나기보다 스며들고, 움직임은 사건이라기보다 흔적에 가깝다. 음악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머무르며, 그 안에서 미세한 차이들을 드러낸다. 일부 소리는 무대의 바깥에서 들려온다. 가까움과 멂,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나의 공간 안에 여러 공간이 공존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소리가 남기는 시간의 잔상을 바라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