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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廣場]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빚어낸 그림과 음악의 공명
자유일보 / 2023-12-20 / HIT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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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소문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열린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 프로젝트 ‘인스퍼레이션 위드 페인팅 II: 사운드 플레이’(Inspiration with Painting II: Sound Play)를 관람했다.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지난 30년간 그려온 시각과 청각의 궤적을 보여주고 들려준 음악회이자, 앞으로 이 악단이 나아갈 공감각의 벡터(Vector)를 제시한 통시태적이고 매우 세련된 연주회였다.

1993년 창단한 악단의 이름 ‘화음’은 ‘和音’이 아닌 ‘畵音’ 즉 그림과 음악이다. 2002년부터 악단은 ‘화음프로젝트 오퍼스(Opus)’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대음악 작곡가에게 위촉한 창작 음악을 시각예술인 미술에 공명시키는 공감각적 시도다. 20년 넘게 일관된 방향성으로 쌓아 올린 이 작품 번호(Opus)는 현재까지 234편에 이른다. ‘공감각을 향한 방향성’. 이 벡터가 바로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 고유의 색이자 융합의 울림이다.

화음(畵音)의 벡터는 연주회의 장소와 레퍼토리에도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우선 서소문의 콘솔레이션 홀은 사면의 벽에 영상을 띄울 수 있고, 중앙을 오케스트라 무대로 쓸 수 있는 구조다. 모든 음악을 영상과 함께 연주하니, 관객은 연주회의 청중이자 갤러리 관람자가 된다. 이런 장소 선정이 감각의 교집합을 꿰뚫으려는 화음의 감동을 몇 배로 증폭한다.

레퍼토리 선정도 마찬가지다. 배동진 작곡가의 ‘사운드 플레이-호모 파베르’(Sound Play - Homo Faber·2016)는 미디어아트 작가 이행준의 영상 작품 ‘네뷸라 라이징’(Nebula Rising)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음악이다. 눈과 귀를 아우르는 이 연결은 화음프로젝트 작품번호 170번이 됐다. 백영은 작곡가는 미술작가 다카시 마키노의 영상 ‘스코어 #1 슬립’(Score #1 Sleep)을 청각화해 ‘타악기와 현악합주를 위한 기억’(2023) 작품번호 225번으로 남겼다.

위 두 작품이 시각예술에서 청각예술을 공명시킨 화음(畵音)의 시도였다면, 슈만의 비올라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동화그림책’(편곡: 안성민)은 음악에 그림을 덧붙인 음화(音畵)의 시도다. 악보만 있을 뿐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슈만의 ‘동화그림책’에 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박상연은 예술적 영감으로 파울 클레(1879~1940)의 그림을 덧입혔다. 이런 공감각적인 공명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므로 정답이 없다. 그러므로 관객들도 각자만의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며 슈만의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공감각 체화의 장이 마련된다.

연주회의 마지막은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보티첼리 삼부작’으로 장식했다. 레스피기는 모국의 위대한 르네상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대표작에 세 곡을 붙였다. 각 악장에 해당하는 보티첼리의 명작을 오케스트라의 뒤쪽 벽면에 크게 영사하여 매우 호사스러운 공감각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3악장 ‘비너스의 탄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원화에서 보면 좌측 위에 있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입김을 불어 중앙의 비너스를 오른쪽 해안으로 보내고 있는데, 레스피기는 오케스트라 좌측 고음 현의 울림이 오케스트라 우측의 저음 현으로 쏟아지도록 하여 정지된 시각에 울림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런 작곡가의 정교한 의도를 꼽아낸 악단의 해석은 미의 여신 비너스의 탄생이자, 공감각적 아름다움의 탄생이었다.

앵콜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었다. 영상이 없는 순수한 울림에서 영화 ‘대부 3’의 엔딩과 영화 ‘성난 황소’의 오프닝이 떠오르는 이유는 화음이 관객의 감각 수용기에 만들어준 ‘공감각의 회로’ 덕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공감각을 향한 방향성’과 화(畵), 음(音)의 감각적 영역을 넘어 수준 높은 문(文)의 이성적 영역까지 어우르려는 확장 시도를 응원한다. 더불어 234번까지 채워진 화음 프로젝트의 공감각적 작품 번호가 626번까지 있는 모차르트의 쾨헬 작품 번호를 넘어, 1126번에 달하는 바흐 작품 번호(BWV)까지 이르길 기원해 본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 / 여진 연극평론가·콘서트기획가